15년 다듬은 퀀트 모델, 트렌드 읽는 김덕기 팀장
EPS·이익추정치는 물론 세분화한 수급 동향에 계절성까지…다층적 퀀트 모델
최은지 기자 2026-04-28 07:44:05
학창 시절 내내 반 1등을 유지해 온 성실함을 투자 철학에 녹였다. 김덕기 웰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운용2팀 팀장(사진)은 스스로를 기술자라 정의하며 “대단한 인사이트로 승부하기 보다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두 시간씩 퀀트 모델을 점검하며 내일의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상하는 것은 그의 15년 이상 된 루틴이다. 더벨은 지난 15일 웰컴자산운용 사무실에서 김 팀장을 만나 운용 철학과 성과 비결을 들어봤다.
◇ 성장 스토리: 산업 공학도에서 펀드매니저로
연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김 팀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엑센추어(Accenture)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산업 리서치와 데이터 분석 등 애널리스트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원치 않게 공백기를 맞았다.
이때 그는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김 팀장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 흐름이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몸소 느꼈다”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산업공학도인 그가 대학원 세부 전공으로 파이낸스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석사 과정을 이수하며 각종 금융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제 기초를 익혔다.
금융업권 첫 근무지는 현대자산운용이다. 입사 초 글로벌 FoHF와 차이나 재간접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담당했으나 당시 CIO의 권유로 국내 주식 운용에 참여하게 됐다. 김 팀장은 “성실한 면모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국내 주식 운용 기회를 얻었다”며 “IPO 펀드와 중소형 가치주 펀드를 맡으며 소비재, 화학 등 섹터를 접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가람투자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4년 당시 한가람투자자문은 국민연금 위탁으로 유명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로서 연기금 자금을 직접 운용해보고 싶었다”며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회수 가능성이 높은 펀드를 맡았다. 하지만 6개월 뒤 그에게 주어진 성적표는 회수가 아니라 증액이었다. 김 팀장은 “당시 성과 기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던 운용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며 “그 과정에서 회사 수탁고도 1조원에서 3조원까지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대리로 입사한 그는 2년 만에 부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는 “바텀업 리서치의 대명사로 알려진 회사에서 기업을 분석하고 배운 일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며 “수백 개 기업 탐방 경험을 통해 현재는 핵심 체크포인트 중심으로 효율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후 더블유자산운용,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을 거쳐 지난 2023년 웰컴자산운용에 합류했다.

◇ 투자 스타일 및 철학: 감(感) 아닌 데이터… 시장 주도주 찾는 퀀트의 힘
김 팀장은 금리와 유동성을 시장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자체 퀀트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에 활용한다.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개별 종목 외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니어 시절 아모레퍼시픽이나 코스맥스 등이 10배씩 오르는 모습을 보고 기업만 잘 선택하면 펀드 수익이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금융위기나 대외 변수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것을 보고 수많은 지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거시 흐름과 수급까지 반영해 퀀트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의 퀀트 모델은 정교해졌다. 초기에는 EPS와 이익 추정치 등 펀더멘털 지표들만 반영했지만 현재는 이익 추정치 상향·하향 강도, 세분화한 수급(외국인·기관·사모 등) 동향, 기술적 지표까지 결합했다.
시기에 따라 팩터 가중치도 조정한다. 수급 특성을 고려해 분기마다 비중 있게 보는 요소가 다르다. 그는 “상반기는 투신이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시기"라며 "관련 수급 지표를 비중 있게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회전율 제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매매가 상대적으로 둔화되면서 관망세가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퀀트의 핵심은 꾸준함이다. 매일 퀀트 모델을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10년 이상 지속해 왔다. 그는 “매일 퇴근 저녁 시간에 퀀트 모델을 30분 이상 가동하고 10~12시까지 모델링 결과치에 대한 리뷰와 대응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추정치 변화와 자금 이동을 빠르게 포착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 주도 섹터와 동행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며 “모델링 값을 보면 주도 섹터가 바뀌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변동성과 하방을 관리하면서 추세가 형성된 구간에 포지션을 구축하고 추세가 약화되면 가격 수준과 무관하게 비중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것이 그의 운용 특징이다. 김 팀장은 “좋아하는 기업이나 섹터가 있지만 이를 배제하고 데이터가 가리키는대로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는 약 30~40개 핵심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성과가 난 종목은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이고 신규 종목은 하단에서 분할 편입하는 방식으로 순환시킨다. 전체 포트폴리오는 A·B·C 그룹으로 나눠 유동적으로 리밸런싱한다. 그는 뉴스, 유튜브, SNS 등 다양한 정보 채널도 참고한다. 자금과 관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읽는 보조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 트랙레코드: 웰컴액티브공모주 코스닥벤처펀드, 순환매 흐름에 탑승
지난 2023년 10월 설정된 웰컴액티브공모주 코스닥벤처 펀드는 약 400억원 규모로 현재는 소프트클로징됐다. 기준가가 3190원을 웃돌고 누적 수익률은 200%를 상회한다. 반도체, 자동차, 방산, 코스닥 바이오 등 섹터 간 빠른 순환매 국면에서 적극적인 로테이션 전략을 구사한 것이 수익에 주효했다.
지난 3월 ADR 지표가 둔화하며 하락 종목 수가 크게 늘었지만 상승 섹터를 선별해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김 팀장은 김 매니저는 “지수 하락을 시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오르는 섹터를 찾아 전체 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동성 장세 속 포트폴리오 절반을 2차전지와 방산 등 주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 트랙레코드: 웰컴트렌드포커스목표달성형, 조기 청산 릴레이
웰컴트렌드포커스목표달성형 1호는 설정 3개월 만에 목표 수익률 13%를 달성하며 조기 청산됐다. 동일 전략의 2호 역시 목표 수익률 10%를 2개월 만에 달성했다.
2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및 반도체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연말 수급 계절성 완화와 함께 반도체 쏠림 장세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김 매니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모멘텀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 전반의 실적 흐름도 강화됐다”며 “AI 투자 역시 둔화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달성형 상품은 일반 펀드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편입 비중을 기민하게 조절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김 팀장은 올해도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익추정치를 보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수 트래킹 부담이 있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의 비중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집행과 벤처펀드 활성화 등 정책 모멘텀이 이어질 만큼 시기마다 기회를 포착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단한 인사이트나 철학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 성실함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자신의 운용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큰 베팅보다 타율 관리가 중요하다”며 “손실 포지션은 비중을 조절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추세가 이어지는 섹터에는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우상향 성과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트, 수급 등 여러 지표를 바탕으로 추세가 살아있으면 투자하고 꺾이면 파는 이 투자 방식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립해 온 독창적인 운용 스타일로 이 영역에서 한 획을 긋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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